[세상읽기] 정당이 있는 지방자치
[세상읽기] 정당이 있는 지방자치
  • 유병욱 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webmaster@kyeonggi.com
  • 입력   2021. 09. 16 오후 7: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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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경실련에 몸담고 일하면서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고 겪었다. 물론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아는 것조차도 사안의 본질에 접근했다 할 만큼 깊이 있게 아느냐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는 우리 삶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지만,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매우 중요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게 깨닫고 있다.

현재 우리 지방자치는 문제가 많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지방의회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의회의 ‘무기력함’이다. 물론 이것이 의원들이 일을 안 한다거나 게으름을 피운다는 뜻은 아니다. 무기력함 뒤에서 엉뚱한 일을 한다는 뜻도 아니다. 나름 지방의회 의원들을 많이 만나 봤는데 그들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다. 열정과 책임감으로 일정을 소화해 놀랄 때가 많았다.

내가 말하는 무기력함이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무기력함이다.

현재의 지방자치는 행정부 중심이다. 단순히 행정부가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의회의 가장 핵심적 역할인 법안 발의조차 대부분 행정부에서 한다. 보통 ‘시장 발의’라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공무원들이 법안의 내용을 만드는 것이니 ‘공무원 발의’라고 표현하는 게 현실에 더 부합하겠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고유 업무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다.

권한은 크지 않고 그나마 있는 권한도 행정부에 밀리는 현실, 무기력함이 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의원들이 각각의 정당을 중심으로 하나의 팀을 이루지 못하고 개별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큰 문제다. 의원들의 역할이 혼자 준비한다고 될 문제일까? 아니다. 당연히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방에는 정당조직이 없다. 하다못해 의정 활동 지원 인력조차 없다. 전문위원이 있지만 겨우 몇몇 인원이 수십명의 의원을 보좌하기는 매우 어렵다. 소위 ‘일당백’을 해야 하는 현실, 의원들이 슈퍼맨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지역에 정당이 없다는 것은 시민들이 찾아가 자신들의 요구와 필요를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뜻이며, 지방의원들이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주권을 제대로 ‘대의’ 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많은 지방정부가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도모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그에 앞서 먼저 지방의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는 지역에 정당조직이 자리 잡는 것이다. 의회는 주권이 위임된 입법기관이며 명실상부한 제1의 대의기관이다. 시민과 의회를 연결하는 정당 조직이 자리 잡아야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도 보장되고 의회의 권위도 높아진다. 무기력한 대의기구는 지방자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에 정당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의회가 일을 할 수 있다. 더 좋은 지방자치를 위해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유병욱 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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