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설날, 가수 현숙을 생각하는 것은…
[변평섭 칼럼] 설날, 가수 현숙을 생각하는 것은…
  • 변평섭
  • 승인 2018.02.1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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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세종시에서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두 모인데서 시작됐다. 며느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맏며느리로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벌써 몇 년째 나 혼자 어머니를 간병하는데 지쳤다. 그러니 형제간에 돌아가면서 모시도록 하자. 그것이 어려우면 요양병원에 보내고 그 비용을 형제간에 나누어 부담하자.”

그러나 모두들 고개를 흔들었다.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도 반대였다. 이에 실망한 맏며느리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데리고 동네 저수지로 가서 몸을 던졌다.

사실 이 며느리의 경우뿐 아니라 100세 시대라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와 같은 속앓이를 하는 가정이 많다. 병약한 노인을 돌봐야 하지만 가족이 뿔뿔이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효(孝)의 개념도 변할 수밖에 없다.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 효녀 심청이의 이야기, 부모가 죽으면 묘염에 움집을 짓고 3년 동안 시묘(侍墓)살이를 하던 우리 조상들, 그러나 오늘 이 세대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물론 우리의 전통 효사상은 문명사적으로 크게 존경을 받고 있으며 역사학계의 태두 아놀드 토인비는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것을 묻는다면 효의 정신이 흐르는 한국의 가족제도’ 라고 극찬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의 효사상은 기본적인 개념은 변함이 없어야겠지만, 시대에 맞는 날개를 달면 더욱 아름다운 가치를 발하지 않을까?

가수 현숙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 본명 정현숙은 너무나 잘 알려진 효녀가수다. 7년간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14년간 돌봐 드리면서 백혈병 어린이 8천명 이상에게 매년 1억6천200만원을 기부한 ‘기부천사’다.

특히 그의 선행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13년째 노인들에게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것. 즉 경북 청송에서부터 울릉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13곳에 대당 4천만원하는 목욕차량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처럼 아름다운 선행이 어디에 있을까?

자기의 부모님이 아니면서도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효사상에 기초하여 날개를 달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구성원들의 효행이 시스템화하고 다시 정부의 복지정책과 연결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효의 나라를 이룰 것이다.

가수 현숙은 자신이 이처럼 노인들에게 봉사하고 있는데 대하여 단 한마디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내가 없었겠죠.”
평범하고 단순한 말이지만 참으로 진솔하고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왔고 귀성행렬은 끝이 없다. 국민의 70% 상당, 그러니까 2천700만명이 이동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실향민들은 임진각을 찾아 두고온 북녘땅을 향해 절을 올릴 것이고, 이렇게 명절은 우리의 혈육을 확인하고 뜨거움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명절, 부모의 주름진 손을 잡고 못다한 효를 생각하면 더 좋겠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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