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세월호 참사… 소비 꽁꽁
[ISSUE] 세월호 참사… 소비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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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과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 지갑닫고 행사취소 ‘경기 침몰’


세월호 침몰로 전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생(生)과 사(死)는 배와 바다의 경계에서 갈라졌다.

‘혹시나’하는 기대감은 끝 없는 무기력과 분노, 환멸로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움과 혹시나 하는 기대가 원망과 분노로 바뀌면서 한반도 전체가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와 사회적 우울감은 경제 전반에도 확산하고 있다.

기업체와 공공기관은 계획했던 행사 일정을 모조리 취소한 채 자숙 모드에 돌입했으며, 일반 시민들도 봄을 맞아 계획했던 여행과 회식, 행사 계획을 모조리 취소하며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경제계 전반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 또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세월호 사태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경제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에 실망한 국민들 ‘얼어붙은 소비’
세월호 사태 여파로 ‘가정의 달’을 앞둔 유통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은 유통업계에 있어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시기다. 평소대로라면 대규모 마케팅 행사를 벌일 시기지만, 사회 전반에 걸친 우울한 분위기 탓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실망감에 가득찬 국민들이 일제히 주머니를 닫으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안산 지역의 경우 안산 E마트 매출이 사고 발생 이후 평소에 비해 2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산 지역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매출도 각각 10% 가량 감소했다. 이와 함께 북수원 홈플러스와 안양 호계 이마트의 매출이 6~10% 가량 감소하는 등 도내 대형마트 대다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래시장 역시 침체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방문한 수원 남문시장의 의류매장 주인 홍모씨(58)는 “완연한 봄날씨가 계속되는 요맘때는 평상시에 비해 매상이 비교적 높은 시기지만 세월호 침몰 사태가 발발한 이후 매장을 찾는 손님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라며 “매장에서 하루종일 TV를 통해 전해지는 사망자 소식을 접하는 것도 안타깝고 장사도 안되고 이래저래 살맛이 안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도 분위기를 고려한 각종 이벤트 취소 등의 여파로 홈쇼핑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CJ오쇼핑은 지난주 말인 19일과 휴일인 20일 매출이 전주에 비해 20.0% 줄었다. 또 GS샵의 경우도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매출이 전주와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이처럼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침몰 사고 발생 이후 1주간 신한·KB국민·현대카드 등 5개 주요 카드사의 개인 신용판매 금액은 사고 전주에 비해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 참사 보도에 쏠려있는데다 홈쇼핑 업계도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다채로운 이벤트나 프로모션 방송을 취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세월호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봄나들이·영화 관람 ‘NO’… 술 소비도 ‘뚝’
완연한 봄 날씨로 한참 손님맞이로 분주할 놀이공원에도 나들이객의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실제 지난 주말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나들이객은 그 전주에 비해 37.4%나 급감했으며, 과천 서울대공원과 롯데월드 방문객수도 각각 14.6%,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주말인 지난 19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는 올해 토요일 관객수로는 최저인 4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토요일이었던 12일의 59만명보다 무려 16만명이나 감소한 수치다.

기업 및 관공서의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절주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호텔 및 식당 등 외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원 L호텔과 E호텔, 화성 L리조트 등의 경우, 올 상반기에 잡혀있던 기관 및 관공서 행사 대부분이 취소됐으며, 일반 기업의 행사 상당수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애도 분위기 확산은 술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크고 작은 회식 및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도내 중심가 곳곳에 자리잡은 중소형 음식점과 술집들도 극심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실제, 수원 인계동 M고기집과 K횟집, 정자동 M참치집, J포차 등은 잇따른 예약 취소로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인계동 M고기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6)는 “대규모 참사로 사회 전반에 우울한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관공서 등의 단체 예약은 아예 끊겼고, 술을 마시기 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기분이 좋아야 지갑도 열리는 것 아닌가.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 만큼 당연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갈 것 같아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심정을 털어놨다.


여행·관광업계 ‘극심한 경영난’
그 어느곳보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은 여행 및 버스업계다. 경기도교육청이 일선 초중고의 수학여행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예약이 완료됐던 수학여행 일정이 모조리 취소된데다, 일반 시민들도 예약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해상 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는 고사 상태다. 크루즈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인천 Y여행사의 경우 올 상반기에 잡혔던 여행 대부분이 모조리 취소되면서 거의 운영을 중단했다.

수학여행을 전담하는 여행사들의 사정 또한 매한가지다. 안양 P여행사는 수학여행 취소 등의 여파로 60여건에 달하는 예약이 모조리 취소되면서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이맘때면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관광버스들도 주차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원 A 관광과 용인 K여행사, 성남 N 관광 등 도내 대다수 버스업체들이 수학여행은 물론 단체 여행 예약이 모조리 취소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행 기피 현상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태로 수학여행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됨에 따라 교육부가 수학여행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여행업계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생의 수는 약 650만명으로 이 중 한해 170만명 가량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수학여행이 전면 폐지될 경우, 여행업계로서는 무려 170만명에 달하는 수요를 잃게 되는 셈이다.

수학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안양 P여행사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태로 예약이 모조리 취소되면서 직원들의 월급조차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학여행 자체가 사라진다면 상당수 중소형 여행사들이 도산하는 등 여행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글 _ 박민수 기자 kiryang@kyeonggi.com 사진 _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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