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
[ISSUE]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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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2명의 이웃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다.

1시간에 2명꼴로 자살(2012년)하는 대한민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증가한 자살사망률이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2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고의적 자해 사망자(자살)’는 28.1명이었다.

20년 전 1992년에는 8.3명이던 수치가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2011년 31.7명보다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 인구로 환산하면 29.1명으로 여전히 OECD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아니, 부동의 1위를 넘어 OECD 평균 12.5명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데에는 고령화, 양극화, 가족해체, 경제난 등이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원인들은 결과적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한 가지 명제로 압축된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통계청이 2012년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사회조사 결과, 1년 사이에 심각한 수준의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변이 9.1%에 달했다.

이 가운데 39.5%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찰청이 같은 해 자살 사망자의 유서와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5건 중 1건에 달했다.

생활고에 아이의 목숨까지… 벼랑끝에 선 이웃들
# 3월2일 오후 7시45분께 동두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Y씨(37·여)와 아들(4)이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Y씨 품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등의 20자 정도를 적은 작은 유서형식의 세금고지서가 발견됐다.

# 3월3일 오전 8시30분께 광주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L씨(44)와 지체장애 2급 딸(13), 아들(4)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부인(37·여)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L씨는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딸이 정신지체를 앓고 있고, 생활고 때문에 부인과 갈등을 빚어왔다.

위의 두 사례는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동반자살’한 사례다.

장기적인 경제침체 속에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최근 생활고와 가정불화 등 신변을 비관해 자녀들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버린 것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생명도 함께 빼앗은 중대 범죄라는 지적도 많다.

‘아이들은 무슨 죄’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의사결정권도 없는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버리는 것은 ‘살인’이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이에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으며,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아이의 생명까지 빼앗는 동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이웃 및 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함께 대책을 강구하는 사회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활고 등을 비관한다고 해 죽음이 해결책이라는 헛된 망상을 가지면 안된다”면서 “최근 자살 충동으로 진료를 받으러 온 한 남성은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HIB(뇌수막염)까지 앓고 있으나 최근 임대주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어려울수록 가족과 함께 의지하며 더 살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어린 아이들의 생명까지 함께 앗아가는 동반 자살의 경우에는 결코 용인되거나 미화해서는 안 되는 중한 범죄”라고 못 박았다.

복지사각지대 사회취약계층 극단적 선택 속출
결정권 없는 어린 아이와 동반 자살은 ‘범죄’

최근 10년동안 자살률 무려 101.8% 나 폭증
유명인들 자살이 ‘베르테르 효과’ 부작용 낳아
자살 예방·치료 ‘사회적 시스템’ 구축 발등의 불

한국사회를 무한 공전하는 ‘자살열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101.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페인과 독일은 각각 -22.2%, -15.6%를 기록했다. 가까운 이웃 일본도 -4.9%였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자살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100%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국민 행복을 위해 수조원의 복지예산을 쏟고 있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이다. 특히 대통령과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도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지난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자살한 유명인 중 언론에 많이 보도된 15명의 자살 내용을 보도한 신문과 TV의 기사 분량과 통계청 모방 자살자 수를 정량적으로 모델링해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가 ‘0.74’로 유의미한 값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소위 ‘잘 나가고 잘난 사람들도 죽는데 나 같은 것은 죽어도 돼’라는 심리가 반영돼 유명인 자살이 일반인 자살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터넷 등에서는 연탄가스에 의한 자살이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연탄가스에 의한 자살은 별도 통계를 작성하지 않지만 경찰은 가스중독사의 상당수가 연탄가스 등에 의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중독사는 지난 2007년 66명에서 2011년 1천125명으로 17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탄가스는 물론, 어떠한 방법이라도 고통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해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크나큰 장애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한 50대 남성은 잇따른 사업실패와 가정불화로 지난해 9월 자살을 시도했다.

인터넷 등에서 연탄가스에 의한 자살이 수월하다는 근거 없는 정보를 파악한 이 남성은 자신이 거주하는 성남의 한 단칸지하방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남동생이 걱정돼 찾아온 누나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이 남성은 열흘 뒤부터 온몸에 마비증상이 찾아왔으며 현재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말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린 채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현정 교수는 “연탄가스는 물론이고 다른 자살방법 모두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없다”면서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해도 일산화탄소 중독의 경우에는 산소부족 등으로 뇌세포가 급격히 파괴되면서 실어증과 신체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자살, 예방 가능한 질병
한국에서 자살은 독감이나 암과 다를 바 없는 ‘질병’이다. 통계청은 2012년 한 해에 1만4천1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집계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중 1위, 40대부터 50대까지는 2위다.

노인 자살률은 이미 심각함을 넘어선 상태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2011년 80.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27.9명, 스웨덴 16.8명, 프랑스 28.0명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빈곤, 질병의 증가, 가족해체 등으로 의지할 곳이 없어진 노인들이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독감이나 암처럼 자살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유럽 노르웨이는 자살을 예방 가능한 재난으로 지정, 지난 1980년대부터 자살예방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고립과 소외, 궁핍 속에 자살은 증가한다. 예산문제가 남아있지만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사회전체가 나서야 할 때다.

정부뿐만이 아니라 정당, 기업, 종교단체, 사회봉사단체, 자원봉사자 등 온 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4시간 언제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홀로 방치돼 외로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다.

글 _ 안영국 기자 ang@kyeonggi.com 사진 _ 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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