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탁구 남북단일팀
[지지대] 탁구 남북단일팀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 입력   2012. 06. 28   오후 8 : 08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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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코리아’는 1991년 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됐던 탁구 남북단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KAL기 폭파사건 이후 급격히 경색된 남북간 분위기를 완화하고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탁구단일팀을 합의, 1991년 4월 단일팀을 결성해 세계대회에 출전했다. 남북 모두 하늘색으로 칠한 한반도기를 국기로, 아리랑을 애국가로 정했다. 영어 국가명은 ‘코리아’였다.

4월29일 여자 단체전 결승, 코리아팀은 대회 9연패를 노리는 세계 최강 중국에 맞서 열심히 싸웠고, 3-2라는 우승의 기적을 이뤄냈다. 1973년 이에리사와 정현숙이 이끈 한국 우승 이후, 18년 만에 남북한이 손잡고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남북한 선수와 코치들은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은 ‘코리아’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여자 남북단일팀의 두 주인공은 현정화와 이분희였다. 이 둘은 남한과 북한의 대표선수이자 라이벌이었지만 한반도 깃발 아래 마음을 열고 한팀을 이뤄 우승을 거머쥐었다. 198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난 둘은 같은 동포라는 사실에 금세 친해졌다. 현정화는 한 살 많은 이분희를 ‘언니’라고 불렀고, 이분희는 ‘정화야’ 하면서 돈독하게 지냈다.

그리고 21년이 흘렀다. 우승과 함께 찾아온 기약없는 이별 이후 ‘코리아’의 선수들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남북스포츠 교류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감격인 탁구단일팀을 구성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실패했다.

대한민국에 탁구 열풍을 일으켰던 탁구 여제 현정화가 남북단일팀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탁구협회 전무이자 여자탁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인 그는 내년 6월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을 꿈꾸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 감독은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이분희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을 만날 계획이다. 이 서기장은 올림픽 직후 열리는 런던장애인올림픽에 참석키 위해 8월에 북한선수단을 이끌고 런던에 온다. 이에 앞서 현 감독은 이 서기장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불발됐고, 대신 편지를 통해 남북단일팀 추진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내년 부산대회에 출전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꼭 성사됐음 하는 국민의 염원이 크다. 남과 북이 하나돼 기적을 만들어냈던 1991년의 그날, 그 곳의 뜨거운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 거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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