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 그리고 잊음
잃음… 그리고 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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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에 스치는 기온으로도 그렇고 마음속으로도 그렇고 왜 이리 올해 봄은 더디게 오는지 모르겠다. 기후변화의 탓도 있겠지만 특히 올해 봄을 느끼기 어려움은 바로 지난 3월 26일 밤 서해의 질흙 같은 어둠 속에서 해군의 천안함이 반파되면서 우리 수병(水兵)들을 잃은 기억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어나서는 안될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아직까지 실종 상태인 우리 수병들을 잃었고, 전우애 하나만으로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차디찬 바다에 뛰어든 한주호 준위를 잃었다. 인명을 잃은 것과 더불어 우리는 군 당국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현대사회에서 어느 정도 일반적인 현상이며, 정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특히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보여 준 정부의 태도와 대응은 너무나도 믿음직스럽지 않고, 위태위태했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그 잃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조국 수호를 위해 사라져간 우리 병사들의 정신, 故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전우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을 기억하며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은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잃은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 그리고 해저까지 꿰뚫어 빈틈이나 부족함이 없는 과정을 통해 어떤 숨김과 계산도 없는 투명한 결과가 밝혀져 공표(公表)되어야 할 것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그들을 잃었으나,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더불어 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 속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많은 억측과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잃은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들이 너무 많아 봄을 만끽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남은 자들의 몫이리라.

/권혁성 수원발전연구센터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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