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처럼 침수될까”…침수피해 우려에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 지낸 파주시민들
“20년전처럼 침수될까”…침수피해 우려에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 지낸 파주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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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처럼 동네가 쑥대밭이 될까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우로 임진강 수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파주지역 주민 300여명이 집을 떠나 대피소에서 밤을 지냈다. 주민들은 90년대 파주에 수차례 반복됐던 ‘홍수의 악몽’이 재현될까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6일 오전 10시께 파주시 임진강 하류 비룡대교는 다리 바로 아래까지 흙탕물이 차올랐다. 다리 인근 도로에는 나뭇가지와 고여 있는 물, 그 안에 떠다니는 부유물로 가득했다. 전날 오후부터 쏟아진 폭우에 주민 대부분은 대피한 상태로 마을에 인적은 드물었다. 매일 낚시를 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던 인근 산책로도 물에 잠긴 상태였다. 편의점을 비롯한 일부 식당은 문을 연 상태였지만 임진강이 언제 차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안절부절못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전날 오후 4시30분께 이곳 비룡대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파주시는 침수우려 저지대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대피령에 문산읍 주민 150명(92가구)부터 적성면 두지리 68명(42가구), 파평면 율곡리 18명(7가구) 총 302명(171가구)이 각각 문산초등학교, 경기세무고등학교, 파평중학교,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날 문산초에서 만난 H씨(74)는 “문산읍은 20여년 전인 90년대에 두 번이나 큰 홍수를 겪었다. 경험해봤기에 그 무서움을 더 잘 안다”며 “놀란 마음에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물에 잠기기도 한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는 말 그대로 물바다였다. 마을 주민들이 자주 머물곤 했던 율곡습지공원도 빗물이 차, 정자 지붕 끄트머리만 보일 정보였다. 30년째 율곡리에서 살고 있는 J씨(60)가 운영하는 매운탕집은 사방이 빗물로 둘러싸여 섬을 연상케 했다. J씨는 “전날 오후에 대피하라고 해서 매일 챙겨 먹는 약만 들고 급하게 나왔다”며 “1999년도에는 가게까지 침수되는 큰 피해가 왔었는데, 혹여나 그 상황이 재현될까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고 놀란 마음을 전했다.

앞서 오전 6시께는 파주시 군내면에서 수내천 제방이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해 33만578㎡(10만평) 규모의 전진농장이 모두 침수되기도 했다. 이에 통일촌 등 민통선 마을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박경호 파주 통일촌 청년회장은 “사실상 마을이 고립된 상황이었다”며 “통일촌은 문산에서 전기와 수도 등을 지원받고 있기에 문산마저 침수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 문산까지 침수되지 않기를 밤새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요섭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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