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효과 없이 상인만 잡을 고카페인 규제안
[사설] 효과 없이 상인만 잡을 고카페인 규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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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현실 모르는 발상이다. 고(高)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 계획이다. 학교 주변 200m에서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의 하나다. 당장 상인들의 원성과 걱정이 크다.

첫째, 실효성 의문이다. 200m 이내에서만 안 팔면 된다. 어린이들이 200m 밖에서 사 먹으면 된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담배나 술의 경우는 다르다. 어린이 청소년에 판매를 금지했다. 지역 규제가 아니라 연령 규제다. 고카페인 음료도 이 예를 적용하는 게 옳다.

둘째, 상인들의 피해다. 본보가 만나 본 상인들이 토로했다. 캔커피 판매량이 음료 판매의 20%를 차지한다는 한 상인. 이 계획 소식에 고개를 저었다. “학교 주변이어도 캔커피 매출은 성인들이 대부분인데, 이걸 막으면 장사를 그만하라는 얘기”라며 화를 냈다.

셋째, 성인들의 피해다. 사무실 또는 주택이 학교와 인접한 경우다. 성인이어도 캔커피 등을 못 사게 된다. 200m 이상 운전을 하고 나가야 한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생활 속 불편이다. 나이 등 신분으로 규제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지역으로 규제하다보니 예상되는 불편이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은 필요하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을 위한 다양한 의무가 규정됐다. 알레르기 유발 식품 등을 철저히 관리토록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교육 및 홍보 의무를 부과했다. 식생활 안전지수 조사도 의무화했다.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공표하도록 했다. 3년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런 기본적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즉 했어야 할 입법이며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다만, 고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은 잘못됐다. 살폈듯이 현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구상이다. 효과가 있을 리도 없다. 부작용만 클 것이다. 이런 탁상행정을 누가 왜 제언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담배, 술 등의 경우와 굳이 구별을 해서 지역 규제를 생각한 이유도 묻고 싶다. 영국과 네덜란드도 고카페인 판매 제한은 있다. 모두 지역이 아닌 연령으로 규제한다. 영국은 16세 미만, 네덜란드는 14세 미만엔 팔 수 없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다행히 개선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논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한다. 식약처 관계자가 “법 개정이 어린이들 말고 성인들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이라도 연령규제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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