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탈탈 털어 ‘퍼주기 재정’ 메운다
[사설] 공무원 탈탈 털어 ‘퍼주기 재정’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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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공무원들도 할 말이 생긴다. 통상적인 공직 희생의 범위를 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조여올 듯도 하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어진 희생이 아니다. 엄밀히 보면 그 출발은 정치권의 퍼주기 선심이었다. 천문학적인 지원금 지출을 했다. 이런저런 수단을 마련했다. 국채도 발행했다. 불요불급한 예산-이 역시 예산 당국의 자의적 판단이지만-을 재편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수단 하나가 공무원들의 호주머니 털기다. 아닌가.

지난달 경기도에 날아든 생소한 고지서가 있다. ‘공무원 포상금 과세 추진 통보’다. 수원세무서발로 전달됐다. 공무원 포상금ㆍ상금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 징수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공무원에 대한 포상금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규정에 따라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5년치까지 소급해서. 과세 표준에 따르면 대략 수령 포상금의 15~24%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을 몇 명이나 받겠나 싶지만 그게 아니다. 포상금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수원세무서가 경기도에 통보한 5년치 총액수는 77억8천만원이다. 짐작건대, 순수한 포상금 이외 격려금 등의 다양한 지급금이 다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에 일반 공직자 상당수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공무원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행정 소송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관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전국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그냥 갈 듯하다.

얼마 전에는 기재부가 국가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몽땅 깎았다. 연가를 쓰지 않더라도 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돈이 약 3천957억원이다.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에 충당하려는 목적이다. 혹자는 ‘아까우면 연가 찾아 먹으라’고 한다. 공직 사회를 모르는 소리다. 코로나19까지 겹친 마당에 팔자 좋게 휴가 내고 쉴 공무원이 어디 있나. 그 빈자리 보고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나. 전염병 창궐한 데 한가하게 휴가 갔다고 욕하지 않겠나.

또 있다. 이것도 정부 재난 지원금 지급 관련이다. 부족한 재원 충당을 위해 정부가 꺼내 든 묘수가 기부다. 여기서도 공무원은 첫 번째 희생 대상이다. 어떤 시는 5급 이상 공무원이 기부를 결정했다. 어떤 시는 전 직원 참여를 추진했다. 이런 행렬이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그 틈새에서 말도 못하는 게 공직자들이다. 물론 소속 공직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지 않겠다며 버틴 일부 지자체와 단체장은 이 비난에서 제해야 한다.

공복(公僕)이라 했다. 국가ㆍ사회의 심부름꾼이다.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런 희생에도 합리적 근거는 있어야 한다. 선거 때 표 받으려고 퍼준 재정은 합리적 행정이 아니다. 정치인 개인의 지지도 상승을 위한 퍼주기는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이를 충당하려는 희생 강요는 차라리 횡포다. 없던 세금 막 만들고, 휴가 권리 다 뺐고, 줬던 기부금 다시 뺐고…. 공무원들이 지금 말하고 있다. ‘우리는 봉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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