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음주운전 없는 설 명절 만들자
[천자춘추] 음주운전 없는 설 명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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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전까지 국민은 혼란을 겪었다. 예부터 우리나라 정서를 대표하는 단어는 ‘정’이었다. 고마운 분들에게 때가 되면 답례를 하는 것이 ‘도리’이고 ‘정’이었으니 갑자기 그간의 ‘도리’와 ‘정’을 표현하는 대상과 물질적인 가치를 제한한다는 것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사제간의 감사표시조차 규제하다니 야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 갤럽의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1천11명), 68%가 이 법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때가 되면 ‘도리’ 상 주고받아야 했던 ‘사례(謝禮)’들이 부담과 부패를 갖고 왔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설 연휴가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설 문화로 그려지고 있다. 술을 권하는 것이 ‘정’이고 술잔을 받아 함께 마시는 것이 ‘도리’이다. 어른께 받은 술잔을 마시지 않고 내려놓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기도 한다. 2019년 알코올과 건강행동학회 공동포럼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회식보다 가족ㆍ친척과의 모임이 ‘음주빈도’와 ‘음주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된 바 있다. 가족ㆍ친척과의 술자리가 그만큼 마음 편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술자리라는 얘기다.

음주운전으로 안타까운 청춘의 목숨을 앗아간 후 윤창호법이 제정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운전해야 한다고 음주를 말리는 가족과 한잔은 괜찮다며 음주운전 여부를 ‘근거 없이 판단’해주는 일가친척이 공존한다. 설 연휴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19%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평소(13%)보다 6%p 높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1년간 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뉴스에 ‘윤창호법’이 노출된 횟수만 1만 건이 넘는다. 한 해 동안 일 평균 30번 가까이 보도됐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운전면허를 가진 성인 운전자가 ‘윤창호법’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도 경찰은 설 연휴를 대비한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속기준이 높아져서, 단속에 걸리는 것이 두려워서 음주운전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강화된 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입증할 수는 있으나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가 아직까지는 이러한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내 가족과 지인의 안전을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정(情)’이고 ‘도리(道理)’라는 것을 되새겨 보는 즐겁고 행복한 명절 연휴를 기대해 본다.

김명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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