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새해를 맞으며 쓰는 ‘책’
[문화카페] 새해를 맞으며 쓰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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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맞은 한 해는 1월 1일로 시작해 12월 31일로 끝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옷깃을 여미는 겨울로 시작해 역시 옷깃을 여미는 겨울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모두 다 안다. 하지만 매일 다가오는 하루가 어제와 같으면서도 새롭듯 새해도 그렇다. 새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생각들을 불러일으킨다. 백지를 마주한 작가에게 글을 써내려 가고 싶은 마음이 일듯 새해는 백지와도 같은 시간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테다. 그리고 이 시간 위에 있다면 누구나 ‘새해’라는 이름을 가진 저마다 책을 쓰게 된다.

한 장 한 장의 백지 위에 채워진 이야기들은 편집의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초고를 쓰며 반복되는 퇴고, 그리고 교열과 윤문의 과정을 거쳐야만 책다운 책이 된다. 백지의 시간과도 같은 새해의 하루들은 기쁨으로 눈물로 땀으로 때로는 송곳 같은 날카로움 등으로 채워져 나갈 것이다. 이미 겪어낸 ‘새해’였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이는 드물 것이리라. 그 시간을 그저 버텨내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음을 안다. 하지만, 작가가 퇴고하듯 반복되는 다채로운 감정들 틈에서 하루하루를 돌아보고, 편집자의 편집 과정처럼 누군가에게 조언을 들어가며 그 시간들의 페이지를 채워나갈 때 자신이 담긴 오롯한 책이 완성되게 된다.

책 속 이야기에 기승전결의 틀이 있듯 새해 역시 시간적 요소의 틀이 있다. 봄이 오면 지천에 꽃이 필 테고, 녹음과 더불어 매미 소리가 공간을 채우며 여름 한가운데로 밀려갈 터이다. 석양이 지는 어느 때 서늘한 바람에 더위는 잊혀지고 높디높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은 찬양되겠지. 그러다 눈발이 날리고 그에 첫눈이라는 이름을 더하며 마음의 풍선을 띄울 것이다. 그러나 그 비슷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저마다 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임을 우리는 안다. 서가 한편에 꽂혀 있는 네모난 책들이 비슷하게 보여도 그 책마다 품은 이야기는 다른 것처럼, 같은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비슷해 보여도 각각의 삶 또한 완연히 다르니까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익숙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들로 자신만의 ‘새해’라는 책을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서로 바라보며 각각의 이야기에 공감을 보낼 수도, 호기심이 일 수도 있다. 때론 아주 낯선 책을 보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자. 우린 당연히 다 다르니까.

책의 탄생에는 그 기여 각도와 정도는 다르겠지만,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 등의 몫이 있다. 우리가 채워갈 ‘새해’라는 책도 혼자 완성하지는 못한다. 각자 다른 내용의 책을 쓰면서도 주변인들의 시간에 등장하고 주연과 조연의 몫을 다해가며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겠지. 하지만, 내 책의 주인공은 반드시 ‘나 자신’임을 잊지는 말 일이다.

그러나 책과 달리, 우리가 써 내려갈 ‘새해’라는 책에는 정가가 없다.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당연히 베스트셀러도 없고 베스트셀러가 아닌 것도 없다. 내가 담긴 나만의 책이다. 그러니 다른 어느 누구의 ‘새해’ 책과도 비교 따위는 하지 말자. 나는 내 책을 가지고 있고, 그는 그의 책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책이 쓰여지고 있는 모두의 ‘새해’에 건투를 보낸다. 2020년, 그 첫 장은 시작됐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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