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꼰대 유감
[천자춘추] 꼰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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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요즘 큰 인기를 끄는 광고 문구이다. 그렇다면, 이 문구는 커피 광고의 문구일까? 혹시 ‘라떼’라는 단어에 이끌려 ‘커피 믹스의 광고나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소위 ‘꼰대’라고 불릴 확률이 상당히 높은 층에 속할지도 모른다. 이 표현은 “나 때는 말이야”와 같은 말투로 요즘 젊은이들을 타이르고 훈계하려는 기성세대들의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꼰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은어로 ‘늙은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꼰대라는 표현을 곱씹어보면, 꼰대가 될 수밖에 없거나, 꼰대라고 느껴질 만한 기준점이 있다는 가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가정은 매우 당연하게도 ‘꼰대가 아닌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평가되어 규정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가정의 대전제는 ‘모든 기성세대는 꼰대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아니다. 고로 젊은 세대는 꼰대가 아니다’와 같은 논리적 추론을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이 꼰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조차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자식을 책망하며 철 좀 들으라는 한 아버지의 탄식과 책망이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기억 속에는 젊은이들을 보며 늘 “쯧쯧” 혀끝을 차던 어르신들이 존재했다. 그렇다. 그 옛날부터 최근까지 젊은 세대는 늘 잔소리와 간섭을 ‘받아야만 했던’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요즘 젊은 놈들은….” 하는 어르신들의 탄식이 더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꼰대’와 ‘라떼’가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했다. 잔소리와 간섭을 ‘받아야만 했던’ 존재들이 이제는 거꾸로 그래 왔던 기성세대를 ‘타박’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통해 누군가는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함이나 고지식함을 논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꼰대 아닌 자’들의 커버린 영향력을 실감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꼰대, 빨갱이 타령, 고리타분함?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는가? 내 생각을 남에게 항변하거나, 항변하는 그 사람을 비난하고 규정하거나. 나도 그 사람도 모두 꼰대가 된다는 사실을.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는 이미 꼰대가 넘쳐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이 ‘꼰대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대화 기피가 걱정된다. 그리고 이 쓸데없는 걱정을 보니 유감스럽게도 본인은 진짜 꼰대인 것 같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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