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長期 수사, 이 찜찜함에 대해
[김종구 칼럼] 長期 수사, 이 찜찜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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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수사 KT·압수 단골 삼성
조국 결과 발표 없이 또 확대
죄 아닌 사람 표적 삼는 수사

황창규 회장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영 고문 위촉과 관련된 비위 혐의다. 전직 정치인ㆍ경찰ㆍ군인 등이 위촉했다. 이들을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당연히 밝혀야 할 범죄다. 그런데 경찰 수사 기간이 길었다. 3월 노조 고발이 시작이었다. 이후 아홉 달이나 계속됐다. 송치했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검찰 타임’이 오롯이 남았다. 재지휘 할 수도, 보강 수사할 수도 있다. 재판받을 권리까지 기약도 없다.
“수사가 너무 길었다고 보지 않느냐.” KT 관계자에게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씁쓸하다. “2년짜리도 있는데 뭘….” 그러고 보니 있다. 정치자금법 수사다. 문재인 정부 초기 시작했다. KT가 낸 정치 후원금 문제였다. ‘쪼개기 후원금 적발’ ‘정치인 수십 명 연루’…. 난리라도 날 것처럼 요란했다. 그러다가 시간 속에 묻혔다.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다. 이게 여전히 수사 중이란다. 수사팀까지 바뀌며 3년째로 가고 있단다.
더 긴 수사도 있다. 삼성 관련 수사다. 혐의가 3개 정도다. 노조 와해ㆍ테크윈 탈세ㆍ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 3개를 잡겠다는 수사가 끝이 없다. 2018년 이후 지금도 계속된다. 압수수색은 몇 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다. 올 3월 어느 신문이 친절하게 셌다. 2018년부터 2019년 3월까지 들어간 삼성 압수수색이다. 열일곱 번이다. 삼성은 이골이 난듯하다. 언론도 세길 포기했다. ‘삼성, 또 압수수색’이라고만 쓴다.
여기 조국 수사도 있다. 8월 27일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분이었다. 공식적인 수사 시작 이후 어림잡아 100일이다. 수사 강도도 셌다. 5촌 동생, 동생, 부인이 구속됐다. 다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도 두 번이나 조사받았다. ‘금주 중 처리’라는 기사가 여러 번 나왔다. 모두 오보(誤報)다. 결론난 건 아무것도 없다. 기소인지 불기소인지 알려지지 않는다. 이제는 그 끝을 더 모르게 하는 일까지 생겼다.
새로운 혐의의 등장이다. 유재수 부시장이 구속됐다. 조국씨가 봐줬다고 얘기된다. 울산 시장 선거 부정 의혹이 수사된다. 조국씨가 관여됐다고 얘기된다. 그가 수석이던 민정수석실 일이다. 다들 조국 관련 수사라고 본다. 판이 커졌지만 여전히 조씨를 축이라 본다. 궁금하다. 동양대 총장상 위조는 어찌 된 건가. 공범인가. 사모펀드 의혹은 어찌 된 것인가. 공범인가. 이 궁금증은 여전한데 수사는 다른 곳으로 간다.
검찰이 국감에서 내사설에 펄쩍 뛰었다. ‘신문을 읽는 것도 내사냐’고 했다. 장관 후보 자격 의혹 제기가 수사 단서였다는 설명이다. 그랬으면 그게 하나의 수사다. 자녀 부정 입학, 사모펀드 불법이 하나의 묶음이다. 가족 수사는 다 끝났다. 그러면 조씨 결론도 내야 한다. 유재수 의혹ㆍ울산시장 선거 의혹은 별건이다. 별도로 수사해서 별도로 기소하면 될일이다. 그런데 안 그런다. 조씨를 엮어두고 다른 걸 시작했다.
가정해보자. 내 회사가 2년간 수사받는다면…. 내 회사에 압수수색이 수십 번 들어온다면…. 100일 조사받은 내게 새로운 혐의를 내민다면…. 어찌 되겠나. 2년 수사받으며 버텨낼 회사는 없다. 압수수색 수십 번에 멀쩡할 회사는 없다. 겹치기 수사에 당해낼 사람은 없다. 뭐라 할까. ‘내 회사를 표적 삼은 수사다’라고 할 것이다. ‘나를 표적 삼은 수사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이건 인권 탄압이다.’
너나없이 검찰 개혁을 말했다. 법무부도 검찰 개혁을 말했다. 검찰도 검찰 개혁을 말했다. 서초동은 검찰 개혁으로 도배됐다. 개혁안들도 여럿 나왔다. 얼굴 촬영 안 하기로 했고, 혐의 공개 안 하기로 했고, 별건 수사 제한하기로 했다. 그런데 제일 심각한 폐습이 빠져 있다. ‘부당한 장기 수사 제한하자’는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2년을 수사해도 그만, 17번을 압수해도 그만, 혐의를 늘려가도 그만이다.
‘죄를 범한 그 마음은 미워해도 그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았다(古之言公, 惡其意不惡其人).’ 공총자(孔叢子)에 전해오는 글귀다. 이 글의 철학적 가치를 새겨야 한다. 사람이 벌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범죄다. 황창규가 아니라 황창규 범죄를 벌주는 것이다. 이재용이 아니라 이재용 범죄를 벌주는 것이다. 조국이 아니라 조국 범죄를 벌주는 것이다. 대체로 장기 수사가 이 철학을 거꾸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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