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자호란 전후와 똑같은 지금의 대한민국
[사설] 병자호란 전후와 똑같은 지금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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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이름도 복잡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통과 관련 여야의 극심한 대립, 북핵의 가시화, 한미 동맹의 위기 등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이다. 병자호란은 17세기 초 ‘끼어 있는 나라’ 조선이 쇠퇴국 명과 신흥강국 청의 대결 구도 속으로 휘말리면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380여 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와 대한민국은 또 다른 위기의 입구에 서 있다. 패권국 미국과 신흥 강국 중국의 경쟁에다, 핵을 무기로 떼쓰는 북한까지 가세해 새로운 냉전의 복합 방정식을 보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병자호란 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자 7위권의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한 분단 상태와 격화되는 내부의 의견 충돌은 우리를 위태로운 시간으로 몰고 있다. 병자호란 때 온갖 욕을 다 먹으면서도 나라를 구한 최명길이 다시 온다면 과연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지금 문 대통령과 당시 인조는 여러 가지로 흡사하다. 광해군의 실정 덕분에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것과 촛불 탄핵이 그러하고, 반정공신에 휘둘리며 유약해 보이지만 소현세자와 며느리에게 잔인했던 인조의 냉혹한 성격까지 닮았다. 병자호란 전문가인 한명기 명지대 교수가 최근 ‘최명길 평전’을 냈다. 한 교수는 최명길에게 ‘소년가장’이란 표현을 썼다. 멸망 직전까지 내몰린 조선과 백성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안팎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지금 문 대통령은 인조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얄미울 정도로 전략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내부의 심각한 대립과 분열을 극복해야 하는데 지금의 행동은 파국으로 가고 있다. 최명길이 보여줬던 책임감과 희생정신, 유연함과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정국현안을 푸는데 진영논리와 억지를 부리게 되면 나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내부가 단합되지 않고선 링컨이 말한 대로 기둥이 무너진 집이 될 뿐이다.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현안들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고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선거법 개정 등 게임의 룰을 바꾸는 문제는 당연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 검찰의 중립성을 그토록 원한다면 공수처의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면 된다. 주변 패권국에 대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500년 동안 주변 강국들 사이에 ‘힘의 교체’가 벌어질 적마다 우리는 싸움의 희생물이 돼 왔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이 그 증거다. 반복되는 위기에서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참담한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인조의 전철을 밟지 말고 최명길 같은 인물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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