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잊혀지지 않는 슬픔
[ISSUE]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잊혀지지 않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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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어른들 이기심이 만든 참극
올바른 ‘청소년 보호’ 인식 개선돼야

20년 전 어느 가을날,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술집 건물에서 일어난 불은 꿈 많은 청소년 5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1999년 10월 30일 일어난 ‘인천 인현동 화재참사’가 남긴 슬픔이다.

인천은 오는 30일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를 맞는다. 아픈 기억을 이겨내고 성숙한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에 본보는 2회에 걸쳐 1999년과 2019년의 청소년 보호 실태를 분석하고,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짚어본다. 

인천 사람에게 “대한서림 앞에서 보자”라는 약속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1999년. 코미디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주인공 4명이 포스터를 통해 동인천역 주변 거리를 장식했던 10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던 30일. 

당시 고등학생 A군(17)은 동인천의 유흥중심지인 인현동의 한 골목에 쪼그리고 앉았다. 주변으로는 친구들이 6~7인치로 줄인 바짓단을 터뜨릴 위기까지 몰아넣은 채 다 같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불량스러운 모습이긴 해도 누구 하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동네의 자그마한 슈퍼마켓을 지키던 많은 어른이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술과 담배를 팔았다. 

이날 A군 등이 인현동에 모인 이유는 학교 축제를 끝내고 뒤풀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뒤풀이 장소는 주민등록증 검사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라이브2 호프집’이다. 하지만 이날 라이브2에는 유독 사람이 많았다.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시기에 축제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빈자리가 나오길 기대하며 골목 한복판에 전세를 냈다. 

오후 6시50분께 ‘펑’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내 라이브2가 있는 건물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이 난 것이다. 2층의 라이브2로 올라가는 계단에 대기했던 사람들부터 마구 쏟아져 나왔다. 잠시 후 3층에 있는 당구장의 외벽 창문이 깨지며 “아래에서 사람 좀 받아줘요”라는 외침도 들려왔다. 이곳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속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과 소방관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덩달아 A군 등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매캐한 냄새를 피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이 ‘큰일은 아닐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날의 진실은 끔찍했다. 지하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장난으로 사고는 시작했다. 이 불은 단열재 등을 통해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안타깝게도 라이브2에 있던 청소년들은 돈을 내고 가라며 문을 잠근 주인 탓에 화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창문마저 합판과 석고 등으로 막힌 상태였고, 주인만이 비밀출구를 통해 무사히 탈출했다. 이 불은 사망 57명(청소년 56명), 부상 78명이라는 참사를 낳았다. 더 큰 아픔은 참사 직후 숨지거나 다친 청소년들을 ‘불량청소년’으로 매도하는 시선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인현동 화재참사가 어른들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라이브2는 이른바 바지사장(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준 사장)을 내세워 청소년 출입에 따른 처벌을 대신 받도록 했다. 이 같은 불법 영업에는 뇌물을 받은 경찰과 공무원도 숨겨져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만 업주를 포함해 무려 34명에 달한다. 특히 인현동 화재참사를 기점으로 동인천 상권 역시 쇠퇴했다. 이는 불이 난 건물 주변 땅의 공시지가가 1999년 1㎡당 232만원에서 2019년 205만원으로 내려간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년이 흐른 2019년 10월 27일, 이제 9살 딸을 둔 A씨는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봤던 인현동 화재참사의 기억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그는 인현동 화재참사를 ‘어른들의 이기심’에 일어난 사고로 표현했다. A씨는 “당시 학생들에게 담배를 파는 슈퍼마켓은 어딘가에 항상 있었고, 술을 파는 가게도 마찬가지였다”며 “욕심 많은 어른의 이기심이 인현동 화재참사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전히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귀찮다고, 또 무섭다는 이유 등으로 잘못된 길을 가는 청소년에게 아무 말도 못 한다”며 “인현동 화재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청소년 보호를 위한 어른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_김민ㆍ이승욱기자 사진_조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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