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부도 잘하면서 운동도 잘하는 선수 / 입시 지옥 풍토에서 과연 현실적인가
[사설] 공부도 잘하면서 운동도 잘하는 선수 / 입시 지옥 풍토에서 과연 현실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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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 가솔(Pau Gasol)은 미국 프로농구 선수다.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두 차례 우승까지 견인했다. 원래 바르셀로나 의과대학을 다녔었다. NBA(미국프로농구)의 대표적인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다. 라이언 피츠패트릭(Ryan Fitzpatrick)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을 받았다. NFL(미국프로풋볼)의 대표적인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다. 지적능력과 운동능력을 겸비한 ‘만능형 인간’들이다.

우리 학교 현장에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공부하며 운동하는 체육 프로그램이다. 그 목표가 꼭 파우 가솔이나 라이언 피츠패트릭에 있지는 않다. 학업을 전폐하다시피 하는 운동부 현실에 개선을 요구하는 정도다. 여러 가지 구체적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다. 최저 학력제, 대회 출전 일수 제한, 학기 중 대회 개최 제한 등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학생 선수에 미치는 현실적 한계다. 학교 이탈자를 양산하는 딜레마가 되고 있다.

미국과는 근본적 차이를 봐야 한다. 인구라는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선발’의 텃밭이 다르다는 것이다. 학교 운영 시스템도 다르다. 미국 학생들은 ‘1인 1기’의 문화다. ‘공부하는 선수’가 아니라 ‘운동하는 학생’에 가깝다. 반면 우리는 철저한 입시 위주다. 대학 진학에 모든 걸 맞춘다. 규정된 체육 시간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중고등학생들이 한 가지씩 운동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다. 애초 흉내 낼 제도가 아닌 것이다.

경기도에서 그 부조화스런 모습이 나타났다. 5년 새 200개 학교 운동부가 해체됐고, 500여 명의 학생 선수들이 타지역으로 옮겨갔다. 운동부나 체육기관을 찾아 서울로, 충청도로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일반 학생들의 체육 활동은 개선됐을까.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생’으로의 변화가 일어났을까. ‘1인 1기’는 차치하고, 체육 시간ㆍ여가 활동이라도 제대로 주어지고 있을까. 듣기에 그런 정보는 없다. 그냥 운동부만 없앤 것이다.

‘공부하는 선수 정책’의 이면에 반드시 있어야 할 정책이 있다. 바로 ‘운동하는 학생 정책’이다. 이 양자가 동전의 앞 뒷면처럼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당장 피해를 보는 쪽은 기존의 운동선수들이다. 대책도 없이 교실로 떠밀려 들어가 뭘 하겠나. 입시 지옥의 낙오자로 전락해가지 않겠나. 과한 표현이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운동부를 찾아 아이를 전학시킨 한 학부모는 ‘경기도에 뒀다가는 애 바보 될까 봐’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학교 체육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 고등학교 체육이 어떻고’ ‘독일 운동선수 학업이 어떻고’를 떠들게 아니라 ‘500명이 경기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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