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가정 양립 실현을 꿈꾸며
[천자춘추] 일가정 양립 실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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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 하면 흔히 워킹맘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 일가정 양립에 대한 관심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개념은 여성들이 결혼ㆍ임신ㆍ출산ㆍ자녀 양육의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당연시했던 사회 분위기와 기업문화에 경종을 울렸다. 경력단절 된 여성들의 재취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도입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다.

일가정 양립에 대해서는 ‘일’ 측면 접근과 ‘가정’ 측면에서의 접근이 가능하다. ‘일’ 측면 접근은 기업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임신ㆍ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의 모성보호제도와 출퇴근 시간 탄력근무 및 시간선택제 근로 등 유연근무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가정생활 병행을 지원한다. ‘가정’ 측면에서의 접근은 가족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 개선 형태로 나타났다. 아버지 육아 참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가정 양립 정책을 보고 있자면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 측면이건 ‘가정’ 측면이건 일하는 여성, 즉 워킹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최근 ‘일가정 양립’에서 ‘일생활 균형’으로의 용어 변경과 주 52시간 근로 등은 보다 넓은 범위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일가정 양립은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책대상 확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주 52시간 근로 추진의 어려움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대상의 전면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계적 확대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선 자녀 양육에 초점을 두었던 기존 접근에서 가족 돌봄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동안 노부모 부양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정책적 지원이 간절하지만, 정책 대상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회적 노후보장이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대부분의 서민층 노년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자녀에게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이중 부담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일가정 양립은 익숙한 용어이면서 나와는 관계없는 얘기처럼 들린다. 장시간 근로 관행과 업무량 감축이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만이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정책 대상집단을 조금씩 넓혀간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다. 아직은 요원한 바람이지만 오늘도 전 국민의 일가정 양립이 실현되는 그날을 꿈꿔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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