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처분 작업자, 非공무원도 심리치료 지원해야
[사설] 살처분 작업자, 非공무원도 심리치료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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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파주 연다산동에서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이후 연천, 김포에 이어 파주, 강화에서 또 ASF가 발생했다. 방역당국과 양돈농가가 이동통제와 긴급 방역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24일 파주 적성면과 강화에서 또 확진이 나오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에서 한강 이남으로 번지고, 지역도 늘어나면서 ASF가 크게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 확진이 늘어나면서 해당 농가를 포함해 인근 농가의 돼지 살처분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파주의 첫 발생 농가 2천369마리, 연천 농가 4천638마리 외에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인근 농가의 8천326마리도 살처분 했다. 이어 발생한 김포 농가 1천800마리와 파주 농가 2천300마리를 포함해 인근 농장 돼지들도 예방적 살처분에 들어갔다.
살처분은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다. 예전엔 생매장을 했으나 지금은 이산화탄소로 질식시킨 뒤 매몰 처리한다. 가축의 고통을 줄여주고 살처분 작업자의 후유증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살처분 작업에는 지자체 공무원과 군인, 소방관 등 공무원의 동원 비중이 컸지만 최근엔 비(非)공무원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선 전문 방역업체나 용역업체에 살처분 작업을 위탁하고, 용역업체에선 이주 노동자들이 일용직으로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들은 살처분 과정이 자꾸 떠올라 괴로워하거나 학살에 동참했다는 죄책감 등에 시달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인권위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의 심리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PTSD 판정 기준을 넘겼다. 중증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인권위는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때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등이 자살이나 과로로 사망하고, 살처분 참여자가 겪는 트라우마의 심각성과 심리지원 문제가 대두되자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이후 정부는 살처분 작업자의 심리 상담ㆍ치료 지원을 강화하고 비용을 국가가 전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만 해당돼 민간 방역ㆍ용역업체 직원이나 농장주 등은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살처분 현장에서 죽어가는 가축의 비명을 듣고 매장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대부분 비공무원들이다. 이번 ASF 살처분에도 민간인이나 비정규직이 대거 투입됐다. 이들 작업자에 대한 트라우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치료 대책이 마사회가 진행하는 ‘힐링승마캠프’가 고작인데 이것만으로는 상당히 미흡하다. 살처분 작업자들이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들의 정신적ㆍ신체적 치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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