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청 “언론 청문회 열어 조국 해명” / 한국 언론에 모욕으로 들릴 수 있다
[사설] 당청 “언론 청문회 열어 조국 해명” / 한국 언론에 모욕으로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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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국민청문회 안(案)을 제시했다. 국회 아닌 국민이 청문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언론 기관 두 곳을 청문 주체로 지목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방송기자연합회다. 정해진 국회 청문회가 여의치 않아서일 게다. 야당인 한국당은 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는다. ‘3일 청문’ 등 조건을 내세우며 장외로 돌고 있다. 30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26일까지 일정이 나와야 하는데 팍팍하다. 이러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한다.
명칭부터 잘못됐다. 그건 장관 청문회가 아니다. 장관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법에 규정돼 있다. 국회가 주도해야 하고 국회의원이 해야 한다. 여권이 제안한 국민 청문회는 그냥 국민의 소리를 듣는 이벤트다. 아무 구속력도 없는 법외(法外) 행사다. 국회 청문회를 갈음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 이벤트를 언론이 주관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국민 청문회’를 선언한 이인영 원내대표 스스로도 “명칭은 ‘언론이 묻는다’로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 절차를 떠나 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번 국민 청문회를 제안한 여권의 속내는 누구나 알고 있다. 조국 후보자 임명에 대한 절차를 어떻게든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내 대표 스스로도 말했다. “(국민청문회를 진행해) 조 후보자의 실체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그런 역할을 할 이벤트에 왜 하필 언론을 끌어들이나. 언론이 야당보다 수월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아니면 언론이 정부 여당에 우호적일 거라고 본 것인가.
어찌저찌해 ‘언론 청문회’가 이뤄졌다고 치자. 패널은 또 어떻게 구성하겠다는 것인가. 대한민국 언론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이미 갈라 설 대로 갈라섰다. 똑같은 진실을 놓고도 정반대의 논조를 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친(親) 여권 성향 언론만 불러낼 것인가. 반(反) 여권 성향 언론만 불러낼 것인가. 혹시 반여권 성향 언론은 불참할 것이라는 판단을 정부 여당에서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그건 더 해괴망측한 청문 구상이 될 것이다.
언론에게 문답, 즉 청문(聽聞)은 일상이다. 취임 준비 사무실 앞 조국 출근길이 곧 청문회장이다. 쉴 새 없이 기자들의 질문이 곧 청문 행위다. 취임하고 나서도 ‘관훈토론회’ 등의 기회는 즐비하게 마련돼 있다. 난장판이 된 정치 싸움 한 복판에 언론을 끌어들이려 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이 언론과의 TV 토론을 제안했다. 다수 언론이 반대했다. 그때 공명심에 눈 먼 기협(記協) 간부 몇이 나갔다. 혹독한 언론 내부 비판을 들었다.
조국 후보자 청문회는 법으로 정해진 형식, 딱 한 가지밖에 없다. 여권은 야권을 상대로 더 노력하고 대화해야 한다. 한국당도 그만큼 했으면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합의가 안 되면, 다음에 정해진 법절차가 있다. 그 법규대로 가면 된다. 여권의 ‘청문회 요청’은 옳지 않다. 기협의 ‘청문회 참가’도 옳지 않다. 철회해야 하고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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