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수 구제역 ‘화상병’ 확산, 막을 방법 없나
[사설] 과수 구제역 ‘화상병’ 확산, 막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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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리면 나무 전체를 매몰해야 해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 화상병’이 경기도에서도 발생했다. 안성의 13개 배 농가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데 이어 최근 연천군 사과 농장 2곳에서 확진 판정이 났다. 파주에서도 의심 농가가 발견돼 검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북부에서 과수 화상병 발생은 처음으로, 경기도가 북부 10개 시·군의 900여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과수 화상병은 사과와 배에 치명적인 세균성 질병으로 잎과 열매, 가지가 불에 탄 것처럼 말라 죽는다. 병이 발견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치료약제가 없다. 병든 나무를 뿌리째 매몰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 병은 전파 속도가 빨라 의심주가 발견되면 해당 과수원은 지자체장의 방제 명령에 따라 10일 이내에 매몰처리 해야 하며 3년 안에 해당 과수원에서는 사과나 배를 키울 수 없다.
농정당국에 따르면 개화 전 살균제를 뿌리고 개화 초기부터 항생제를 뿌려 주는 게 대책이라면 대책이다. 화상병 병원균은 짧게는 3년, 길게는 20년의 잠복기를 거쳤다가 섭씨 25∼29도의 습한 날씨로 나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현한다. 병원균이 잠복하는 나무를 미리 베어내면 화상병 확산을 예방할 수 있겠지만, 사전에 감염 여부를 진단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잠복기에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병원균의 특성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도 어려운 것이다.
과수 화상병은 우리나라에선 2015년에 처음 발생했다. 올해는 전국 148농가 99.1㏊에서 발생했다. 충주, 제천, 음성 등 충북지역 사과 농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충남 천안, 강원 원주에서도 발병했다. 전국적으로 빠르게 번지는데 감염경로도 모르고 예방이나 치료책도 없어 농민들은 속수무책이다. 병이 발생하면 과수원 단위로 모든 나무를 매몰 처리하고 폐원해야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과수 화상병이 현재 어느 지역까지 퍼졌는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시·군 농업기술센터나 농촌진흥청 등 농정당국의 대처가 소홀했고 안일했다. 병 발생이 급증하면서 올해 농가 손실보상금 예산도 바닥 났다. 농진청은 9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6월에 이미 지난해 발생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병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책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농진청도 화상병을 막기 위해 병원균 확산경로, 월동 여부, 약제효과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외부와 차단된 차폐시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지만 시설 건립 예산을 한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금 같은 질병 대응체계로는 국내 과수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외래 병해충의 감염경로를 밝혀내고, 국내 실정에 맞는 방제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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