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강화, 새 도로교통법 시행] “푹 자고 나왔는데” “다시 측정하자”… 곳곳서 실랑이
[음주운전 처벌 강화, 새 도로교통법 시행] “푹 자고 나왔는데” “다시 측정하자”… 곳곳서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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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취소 혈중알코올농도 0.1%→0.08%로 기준 강화
“운전 못하면 일못한다” 호소 단속 첫날 인천서 12명 적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25일 오전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공아파트 앞 도로에서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25일 오전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공아파트 앞 도로에서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삐삐삐삐”

“기사님, 문 열어보세요. 내리세요. 내리셔야됩니다.”

25일 오전 7시 16분께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공아파트 앞 도로.

경찰이 음주단속 현장으로 들어선 45인승 버스 운전자에게 음주감지기 대고 숨을 불게 하자 노란불과 함께 경고음을 내며 깜빡였다.

당황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운전자 최모씨(52)는 술을 마신 적이 없다며 항의했다.

“가글 때문에 그래요. 술 안마셨어요. 가글해서 나오는거라니까요?”

교통경찰관은 경찰차 뒷좌석에서 내린 가방 속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건내며 입을 헹구라고 권했다.

수차례 입을 헹군 후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넣자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104%. 면허 취소 수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최씨는 “다시 측정하면 안되냐”며 “사실 어제 저녁 6시에 소주 1병 마신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최씨가 몰던 버스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 제조업체의 통근버스. 최씨와 경찰 사이 실랑이가 오가는 동안 버스 안 직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버스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10여분을 기다리던 직원들은 결국 경찰관의 상황 설명을 듣고 삼삼오오 조를 이뤄 택시 출근을 택했다.

최씨에 앞서 이모씨(50·여)가 감지기에 숨을 내뱉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차에서 내린 이씨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집에서 어젯밤 11시까지 막걸리 한 병 마신게 전부인데, 이럴 줄 몰랐다”고 했다.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이날 0시부터 음주 단속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인천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기존 면허 정지 기준이던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0.03%로, 취소 기준은 0.1%에서 0.08%로 강화했다.

같은 날 서구보건소 앞 사거리에서도 단속 시작 7분만에 숙취운전자가 나왔다.

오전 6시 37분께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일터로 가려던 김모씨(57)는 집 500m앞 단속 현장에서 적발됐다.

전날 오후 10시까지 막걸리를 마시고 집에서 잠을 잔 후 나왔다는 김씨는 “술먹은 건 잘못이지만, 집에서 푹 자고 나왔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당장 출근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건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귀갓길 음주운전도 여전했다.

오전 1시 40분께 이모씨(39)가 탄 SUV차량이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교육청 옆 삼거리에 들어서면서 또한번 음주감지기가 울렸다.

경찰이 음주측정기를 내밀자 한참을 망설이던 이씨는 결국 힘껏 음주측정기에 바람을 불어넣었고, 혈중알코올농도 0.097%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3시간 전에 적발됐다면 면허 정지에 그쳤을 수치다.

이씨는 면허 취소 통보를 받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 얼굴을 박고 자책했다.

그는 “다시 한 번만 하면 안되겠느냐”며 “직업이 인터넷설치기사인데 운전을 못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운전자도 있었다.

음주단속 안내판을 설치하자마자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난 김모씨(34). 처음에는 협조적이었던 그의 태도가 변한 건 경찰이 음주측정기를 꺼내면서다.

김씨에게 수차례 생수로 입을 헹구고 큰 숨을 쉬라고 권하던 경찰이 음주측정기를 들이밀자 김씨는 “휴대전화를 가져오겠다”, “도망가는 것 아니지 않냐, 전화만 한 통하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음주측정기에 제대로 숨을 불지 않던 김씨는 2~3차례 재측정 요구를 하자 “나는 분명 불었는데, 수치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다시 측정 못 하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김씨에게 재측정을 권하던 경찰은 3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그를 측정거부로 처리하고 귀가시켰다.

경찰과 언론이 강화된 처벌 기준과 음주단속 정보를 사전에 예고했지만, 단속 첫 날 인천에서 12명이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김경희·주재홍·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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