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43. 하남 덕풍시장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43. 하남 덕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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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마다 훈훈한 情… 사람냄새 가득한 시장통

맑고 쾌청한 날씨를 보인 28일.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하남 덕풍시장은 차가운 도심 속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정겨운 공간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시장 초입부터 끝까지 달려있는 수많은 만국기가 펄럭이며 사람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점포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고유 간판을 내세웠다. 하지만 복잡함 보다는 조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평일 낮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함성과 손님들의 웃음 가득한 대화로 시장은 꽉 채워졌다. 아울러 밭에서 막 딴 듯한 싱싱한 채소부터 고소한 향을 풍기는 김치전, 고소한 참기름 냄새 등이 어우러지며 덕풍시장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37년 전통의 덕풍시장(하남시 신장로154번길 57)은 하남시 덕품동 일대 도로변을 중심으로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 형성됐다. 당초 민속 5일장으로 먼저 시작한 시장은 매달 4ㆍ9일 정기적인 장날이 형성되면서 하남을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9천923㎡ 규모에 150군데 점포에서 식당, 의류, 각종 잡화, 농ㆍ축산물 등을 판매한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약 200개 점포가 추가로 늘어 장사진을 이룬다.

하남시는 인구 26만의 작은 도시지만 서울, 성남 등과 인접해 대형마트가 벌써 5곳이나 들어온 상태다. 대형마트가 하나 둘 생기면서 초반에 젊은 층부터 현재는 전통시장 주 고객층인 50~60대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전통시장으로 돌아갔다. 과거 시장 내 점포들은 비싼 권리금을 자랑했지만, 어려워진 환경에 장사를 스스로 포기하고 시장을 나가는 상인들도 늘어난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덕풍시장은 주차장 신설 등 시설현대화를 중심으로 고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장은 미사 프리마켓을 진행하며 기존 전통시장 물품과 조금 다른 색다른 것을 판매하며 젊을 층 유입에 힘쓰고 있다. 또 3년째 장난감도서관을 운영하며 젊은 부모님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2만 원 수준의 회비만 받고 평소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웠던 아이 장난감을 대여, 반납해주는 이곳은 장난감 구매에 부담을 느낀 부모님들의 취향을 저격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은 회비 없이 무료로 지원해주며 이웃사랑도 실천하고 있다.

고객 편의시설 확충에도 노력 중이다. 시장은 고객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신설, 시장 이용객들에게 무료주차 이용권을 나눠주고 있다. 또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배달서비스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장점과 대형마트의 편리성을 결합한 차별화 서비스로 값싸고 신선한 전통시장 음식재료를 여러 가게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서, 산 물건을 가게에 맡겨두면 배달해주는 식이다.

덕풍시장은 대형마트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경로잔치 등을 매년 개최하는 등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있다. 무려 햇수로만 20년. 긴 역사를 가진 경로잔치는 매년 잔치 때마다 어르신들을 위해 제공하는 국수만 해도 7천 그릇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인들이 합심해 홍어, 파전, 막걸리 등 수많은 음식과 막걸리까지 제공한다. 또 가수 초청행사와 상품 추첨까지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이어 즐길거리까지 모두 제공해 지역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허정민기자
 

[인터뷰] 김재근 덕풍시장 상인회장
“대형마트 공세… 생존전략 마련에 최선”
덕풍시장이 처음 모습을 갖춰갈 때부터 장사한 김재근 상인회장은 35년 넘게 시장을 지켜온 이곳 역사의 ‘산 증인’이다. 2011년 상인회장 직에 오른 그는 상인들의 열렬한 신임을 받아 두 번의 연임으로 현재 8년째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의 머릿속에는 덕풍시장이 대형마트가 없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방법만을 강구하고 있다. 고객 유치방법부터 상인 단합까지 시장의 모든 부분을 고민하다 보니 편하게 쉴 시간조차 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김 회장의 고민은 아무래도 대형마트가 가장 크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시장이 침체 위기에 놓여서다. 그는 “인구 100만 명에 가까운 성남도 대형마트가 2개인데, 26만 명인 소도시 하남에 5개 대형마트가 들어섰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하남시 내 소상공인들만 피해자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대형마트와 버금가는 서비스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대형마트가 여러 곳 생기면서 버금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상인회와 수시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며 “아케이드와 화장실, 주차장 등 고객 편의시설 확충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상인들의 단합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8명의 이사회와 16명의 청년회 등 체계적으로 이뤄진 덕풍시장의 상인회는 한 달에 한 번 교육을 받고 1년에 두 번 워크숍을 가는 등 팀웍을 다지고 있다.

김 회장은 몇 년 새 덕풍시장 내 맛집들이 급증했다고 말하며 이는 역설적이게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존 시장에 있던 1차 식품을 비롯해 생활용품, 잡화 등 판매점이 대형마트에 밀려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식당들이 들어와서다. 그는 “맛집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과거 다양한 품목이 있었던 시장의 특색이 옅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 등 소상공인 지원단체를 향해 “현실적인 정책을 통해 말로만이 아닌 피부에 와 닿도록 도와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반 아케이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 확보에 매진해 대형마트에 밀리지 않는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정민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花내고향빈대떡

내고향빈대떡에는 사람이 항상 북적인다. 35년째 덕풍시장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으로 이미 맛집으로 소문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많지만, 마음 편히 술을 마시는 주말에는 가게가 가득 찬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빈대떡을 먹기 위해 등장하는 단골들로 북적거린다고 한다. 파전, 김치전 등을 맛볼 수 있는 모듬전(1만 6천 원)이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다. 노릇노릇한 빛깔과 고소한 냄새, 지글지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다. 이곳은 매년 경로잔치 때마다 빈대떡과 홍어무침 등을 만들어 봉사해주기도 한다. 잔치 때 먹은 맛에 반해 단골이 된 어르신 손님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곳의 김화순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며 맛의 비결을 밝혔다.
 

돼지국밥
이름부터 돼지국밥인 이곳의 대표메뉴는 역시 돼지국밥(7천 원)이다. 국밥의 묘미는 역시 육수에 있다. 이곳의 이지숙 대표는 본인만의 비법으로 돼지 잡내와 누린내를 아예 없앤 뽀얀 육수를 만들어낸다. 또 들깨를 전혀 쓰지 않아도 본연의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이곳 국밥의 특징이다. 수육도 이곳의 인기메뉴다. 깻잎에 도톰한 고기와 부추, 마늘, 쌈장을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조화로운 맛이 만들어진다. 중(中)사이즈(1만 3천 원)를 시키면 3명이 서도 충분한 양의 고기가 나온다. 장사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은 맛도 맛이지만 인심이다. 이 대표는 상인회 행사와 봉사활동 시 고기와 돼지국밥을 제공하면서 사랑 나눔에도 앞장서도 있다.
 

수정분식
덕풍시장에서 문을 연 지 25년째인 수정분식은 시장 내 가장 인기 많은 분식집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이경순 대표는 수 십 년의 떡볶이 내공과 노하우로 독보적인 떡볶이 맛을 자랑한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임에도 많은 사람이 수정분식을 찾는 이유는 바로 ‘떡볶이 소스’에 있다. 이 대표는 양념을 숙성시켜 깊은맛을 낸 떡볶이 소스는 프랜차이즈에서 따라할 수 없는 맛을 낸다. 가격 또한 1인분의 2천 원으로 저렴하다. 이 대표는 “소스의 비결은 집안의 비밀(?)”이라며 “맛은 물론이고 신선한 재료와 청결함은 수십 년간 지켜온 단골손님과의 약속”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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