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유리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자춘추] 유리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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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오피스드라마에서 여성 주인공이 팀 내 최고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동료에게 승진 후보 자리를 내 준 상황이 그려졌다. 이 드라마의 상사는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않다거나 회사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리천장(glass-ceiling)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리천장은 인종이나 성차별 등을 이유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현실을 비유한 용어이다. 쉽게 말해, 유리천장은 투명해서 마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위가 훤히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터운 장벽이 존재해서 올라갈 수 없는 현상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과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이 정도면 충분히 평등한 사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과연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이고 현실은 충분히 평등한 사회일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매년 OECD국가의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2019년 3월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29개 OECD 국가들 중 여전히 최하위였다. 가장 심각하게 제시된 부분은 34.6%나 되는 성별 임금격차와 12.5%에 불과한 여성 관리자 비율, 그리고 단 2.3%에 그친 이사회 여성임원 비율과 20.3%로 벌어져 있는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차이였다. 우리나라 여성은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진입 이후에는 임금과 승진 등의 차별 속에서 참으로 일하기 어려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다.

필자는 1년 반 전에도 유리천장 관련 칼럼을 썼다.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라는 대중가요 가사가 이슈가 된 즈음이었다. 유리천장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견고한 장벽이기 때문에 스스로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에 사용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희망을 갖게 한다고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다양한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유리천장이라는 용어와 상황을 접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유리천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유리천장은 보인다고 해서 당장 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볼 수 없고 보이지 않으면 그 존재 자체가 부인된다. 적어도 최근의 사회 분위기로 유리천장의 존재를 인지하고 현실을 파악했으며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시간 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유리천장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국가적 문제이기에 최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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