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한·일 관계 숨통을 터보자
[사설]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한·일 관계 숨통을 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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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와 함께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다.
왕과 연호(일본에서는 ‘천황과 원호’라고 부른다)가 바뀌는 일은 일본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즉위 후 첫 소감으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언급했으나 아버지와는 달리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일본헌법에 대한 수호의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도 이웃 나라의 새 시대 출범을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최근 한일관계는 이런 말을 꺼내기 민망할 만큼 최악이다.
문 대통령은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에게 한일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데 대한 사의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낙연 총리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한일관계를 중시하셨던 천황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천황님’이라는 표현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게 오늘날 한일관계의 현주소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천황’이란 표현을 쓴다. 우리만 ‘일왕’이란 말을 만들어 쓴다. 아무리 그들이 미워도 국가 간에는 상대국에서 쓰는 호칭인 ‘천황’을 존중해주는 것이 옳다.
천황(天皇·덴노)은 일본의 군주이자 대외 관계에서 국가원수 지위에 있는 최고 통치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다. 국내 정치적인 실권은 집권당의 총리가 가지고 있으나 일본 헌법에서는 ‘일본의 상징이자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거꾸로 일본을 식민지 지배하여 일본인들이 우리의 ‘대통령’을 ‘통령’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일본인들을 당장 옹졸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할 게 틀림없다. ‘일왕’이라고 불러야 우리의 자존심이 살고 ‘천황’이라고 부른다고 매국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일관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갈등과 개선을 반복하였지만, 요즘처럼 감정 대립이 심해져 양국 관계의 밑바탕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 모두가 양국 정치인들 탓이다. 반일·반한 감정을 집권에 악용한 결과다.
이미 양국 간 경제인 교류가 단절되고 민간 교류와 관광 분야에까지 파장이 미칠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기반이 무너진 채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고 다가서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새 일왕의 즉위는 좋은 기회다. 문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즉위와 관련한 축하 메시지뿐 아니라 10월 즉위식 전이라도 특사파견을 검토하고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과 새 일왕 면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일본도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던 주변국들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여 책임의식과 겸허함을 보여야 한다. 지금 아베의 국수주의적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망하기를 기도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새 일왕 즉위라는 좋은 기회를 잘 살려 새로운 한일관계의 지평을 열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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