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데스크 칼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7. 12. 28   오후 7 : 52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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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물으면 주저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고 말합니다. 하루에 버스라곤 고작 네 번 지나는 시골서 살다 서울로 전학해 오니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놀랐습니다. 시장에 갔는데 간고등어 외에 생선 종류가 너무나 많아 또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마 무시한 영화 상영관의 화면 크기에 놀랐습니다.

학교 단체 관람차 간 서대문극장서 본 영화가 마가렛 미첼의 소설로 읽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습니다. 동시 상영관에서 중국 소림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미 서부극, 얄개 시리즈에 익숙한 여중생에게 실제 같은 음향과 화려한 색깔의 의상, 압도할만한 화면은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익숙한 지금 청소년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특히 깜찍하고 도발적인 여주인공 비비안 리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잘생기고 남자다운 클라크 게이블도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감동은 더했습니다.

하지만, 가슴과 머리에 동시에 남은 것은 오늘 아무리 고달파도 내일은 또 다른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강한 메시지였습니다.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스칼렛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고 번역되면서 명대사로 기록됐습니다.

올 한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도 잦았고, 천재지변도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올 1년이 10년 같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나 하루가 길었으면 10년 같다 했을까요. 그런데 어느새 1년이 후딱 지나갔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살다 보면 하루가 1년 같은 날이 있고, 1년이 지났는데도 하루를 산 거 같이 아쉬운 날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올 한 해는 좀 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단한 날이 많았다는 뜻이지요. 비단 저만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취준생의 하루도 그럴 것이고, 육아로 지친 나머지 ‘내 아이는 언제 크나’라며 지켜보는 맞벌이 주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년 시급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은 밝아지겠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소상공인은 벌써부터 한숨만 난다고 하소연합니다.

금리가 오르고, 내년 더 오를 거라는 예고에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야 입가에 미소가 번지겠지만, 은행 빚 얻어 어렵게 집 장만한 가장들은 학비에 이자 걱정까지 잠 못 드는 날이 늘어납니다.

1천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뇌관’입니다. 국가가 나서 가계 빚을 줄이겠다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지만, 생계 걱정에 보험마저 깨야 하는 소시민에게는 먼 나라 얘기입니다. 주택자금 대출받아 생활비로 쓴다는 가정이 느는데 가계 빚이 줄을 리 없습니다.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내년도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전망은 없습니다. 그래도 잘 버텨온 한 해를 뒤로하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대사를 떠올려 봅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받아 내년에는 하는 일마다 잘 됐으면 합니다. 일자리가 늘고 월급이 오르면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테니 경제도 살아나겠죠. 정동진부터 부산 태종대와 제주의 성산일출봉까지 해맞이 명소들은 많지만, 꼭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고양 행주산성도 그렇고 성남 판교공원 마당바위나 수원 광교산, 팔달산도 해를 보며 희망을 품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내년은 분명히 좋은 일이 많아질 거라 소원해 봅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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