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탕평 비빔밥
[지지대] 탕평 비빔밥
  •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7. 05. 24   오후 8 : 17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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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다. 반찬의 수에 따라 3첩 반상도 되고 임금님의 밥상인 수라상(12첩 반상)도 된다. 비빔밥은 반찬을 따로 차리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음식이다.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갖가지 나물과 양념을 넣고 비벼 먹는 식이다. 우리나라 대표 음식으로 1990년대 초반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비빔밥은 여러 유래가 있다. 밥, 고기, 생선, 나물 등을 준비해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서 후손들이 나눠 먹는 과정에서 밥과 반찬을 섞어 먹었던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묵은 것을 없애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에서 섣달 그믐날 밤에 남은 음식을 모두 넣어 비벼 먹었다는 풍습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왕이 점심때 먹는 가벼운 식사인 ‘비빔’이라는 게 있었는데, 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비빔밥은 있는 반찬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가 한 그릇에 담겼다는 장점이 있다. 얹어 먹는 쇠고기와 계란 등에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각각의 재료를 조리할 때 사용하는 기름에서 지방을 보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나물에는 비타민과 식이 섬유소가 풍부하다. 고추장 양념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암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없애 준다. 

▶영조가 즉위했을 때 조선의 붕당 정치의 폐해는 극에 달했다. 영조는 신하들끼리 편을 갈라 자신들의 이익만 좇는 붕당 간 싸움이 왕권을 약화시키고 백성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당시 붕당을 상징하는 색과 음식이 있었는데 북인은 김(검은색), 동인은 미나리(초록색), 서인은 청포묵(흰색), 남인은 쇠고기(붉은색)였다. 각 붕당을 상징하는 음식을 넣고 무쳐서 먹는 음식이 탕평채(蕩平菜)다. 

▶영조는 당파 간 싸우지 말고 협력하라는 뜻에서 손수 탕평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재료들을 섞어 무쳐서는 함께 먹자고 권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회동에서는 ‘통합’에 대한 의지를 담은 비빔밥이 주 메뉴로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이 바라는 ‘협치’가 밥 비비는 것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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