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반갑지 않은 목화의 귀환
[지지대] 반갑지 않은 목화의 귀환
  •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7. 02. 15   오후 9 : 10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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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장에 난데없는 목화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졸업식의 대표 꽃은 안개나 프리지어, 튤립, 장미였다. 그런데 올핸 물량이 달려 대량으로 준비하진 못해도 목화 꽃다발이 다 팔리고 나서야 다른 꽃다발이 팔릴 정도란다. 평소 목화 꽃송이 10개가 달린 나뭇가지 1개에 2만 원 하던 것이 최근엔 두 배 가격에 팔리고 있단다.

▶얼마 전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도깨비’는 최근 대선 주자들마저도 SNS에 패러디 사진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이모네 가족에게 구박을 받으며 자란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 분)은 고교 졸업식장에도 찾아올 가족이 없다. 그때 삼신할미(이엘 분)가 나타나 따스하게 안아주고서 전해준 꽃다발이 목화다.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드라마의 흥행과 졸업시즌이 맞물리면서 졸업의 꽃으로 급부상했다. 

▶목화는 봄에 씨를 뿌리면 8월 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린다. 꽃은 순백으로 피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분홍으로 변하고 짙어져 붉은색에 가깝다. 여름이 다 갈 무렵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는데 이를 ‘다래’라고 부른다. 열매가 익으면 겉껍질이 터지면서 속살을 드러낸다. 목화 솜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목화 꽃다발이 아니라 목화 솜다발이라 부르는 게 맞다. 

▶목화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남성 듀엣 ‘하사와 병장’이 1976년에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목화밭’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곳도, 사랑을 나눈 곳도, 헤어진 곳도 목화밭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재배가 까다로운 데다 씨를 뿌리고 솜을 거둘 때까지 일일이 손을 거쳐야만 한다. 미국 남부에선 노동력 부족에 대거 투입됐던 흑인 노예들이 남북전쟁의 단초가 됐다. 

▶고려 때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이 씨앗을 붓두껍에 숨겨 들여와 전파된 걸로 알려진 목화는 의생활과 주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된거다. 하지만, 수입 목화와 화학솜에 자리를 내주면서 국내선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화 꽃다발 열풍이 위기에 처한 화훼 농가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나마 대목인 졸업 시즌마저도 수입산 목화에 치이면서 이래저래 걱정만 더하고 있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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