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도루묵의 수난
[지지대] 도루묵의 수난
  •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7. 01. 11   오후 9 : 08
  • 2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주문진항에 도루묵이 넘쳐 난다는 소식이다. 먼 바다에서 서식하다 알을 낳으려 수심 얕은 곳으로 몰려들어서다. 도루묵은 한때 동해안에선 ‘개도 물고 다닐 만큼 흔한 생선’이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2000년대 초반 어획량이 급감했다. 정부가 나서 보호수면 지정과 산란장 조성 등으로 개체 수를 늘려 풍어를 맞았지만, 어민들은 ‘말짱 도루묵’이라며 가격 하락에 따른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 영·정조 때 문신 이의봉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에 이름에 얽힌 사연이 나온다. 조선 14대 임금 선조는 피란길에 수라상에 오른 ‘묵어’라는 생선을 맛보고 감탄해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한다. 전쟁이 끝난 후 궁궐로 돌아와 먹어보니 예전과 같지 않자 ‘도로 묵이라 하라’해서 도로묵(도루묵)이 됐단다. 어부들이 묵직한 그물을 끌어올렸는데, 값나가는 생선 대신 도루묵만 가득하자 실망해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등 쪽은 황갈색을 띠고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을 띤다. 산란기인 11~1월이 제철이다. 노란 배에 터질 듯 가득 찬 알은 겨울철 별미로 인정을 받는 데 한몫한다. 알의 끈끈함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점액에 있는 콘드로이틴 등의 성분은 피부 탄력과 관절에 좋은 걸로 알려졌다. 칼슘이 풍부한데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수분이 풍부한 흰 살 생선으로 조림이나 찌개, 구이로 먹는다. 냄비에 납작하게 썬 무를 깔고 도루묵을 얹은 다음, 파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찌개는 비린내가 거의 없는 데다 국물이 담백한 게 특징이다.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석쇠 위에 올려놓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운 다음 입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살과 톡톡 터지는 알이 오감을 자극한다. 

▶도루묵은 최근 북한에서도 화제다. 북한 당국이 올해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1월8일)을 ‘민족 최대 명절’로 자축키로 한가운데 주민들에게 생일선물로 도루묵을 나눠줄 거란 소문이 나돌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도루묵 조업철을 맞아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비싼 값에 대량으로 사들였던 중매인들이 손해를 보는 중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도 도루묵 신세는 처량하기만 하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